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- 고두현
잊지 말라.
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
한 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.
쉽게 열리는 문은
쉽게 닫히는 법.
들어올 땐 좁지만
나갈 땐 넓은 거란다.
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
넓어지고 깊어지느니
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
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
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.
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
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
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
생각이 막힐 때마다
창가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
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
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
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
그 빛이 내게로 와서
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
시간이 날 때마다
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
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어라.
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.
*각하기 : 창문은 세상으로 열린 창이고 나를 들여다 보는 창이다. 세상을 보고 배우며 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. 과거에 창가에서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창문을 열면 펼쳐진다. 일상에서 세상을 배우면서 자신을 성찰하여 진리에 다다르고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어 세상과 교감한다.
시인 고두현 . 소속 한국경제신문 부장 - 데뷔
-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‘유배시첩-남해 가는 길’ 등단
- 수상
- 제10회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
- 경력
- 2013.4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외 2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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